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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꿍시렁

말 엉덩이가 만든 불편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주 왕복선의 개발 과정에는 말 두 마리의 엉덩이 폭으로 만들어진 기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떤 (*)아이러니함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우주 왕복선의 로켓추진체를 만든 곳에서 왕복선과의 조립을 위한 곳으로 추진체를 옮기려면 철도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차에 실을 수 있도록 추진체가 설계되어야 합니다. 뿐만아니라 높이나 폭도 기차가 지나다니는 터널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철도의 폭은 그 옛날 말이 끌던 마차의 폭에 맞추어 정해졌고 마차의 폭은 말 두마리가 끌 수 있는 크기로 정해져 있던 겁니다. 이로인해 기원전에 생겨났던 마차가 만든 제약이 21세기 우주 왕복선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문제로 인해 불편해지는 '사용성'은 말의 엉덩이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지하철 게이트의 교통카드 인식기는 게이트의 어느쪽에 위치하고 있어야 할까요?


현재는 대부분이 게이트의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그 수가 많아서 이겠지요. 그래서 왼손잡이인 분들까지 오른손으로 교통카드를 게이트에 가져다 대는 것에 관대할만큼 익숙해져 있습니다. 즉, 시스템은 "다수"를 위한 사용성을 선택했을 겁니다. 헌데, 그 "다수"를 위한 사용성이 점점 '다수'(혹은, 그 '다수'중 일부)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어가자면, 웨어러블 시대가 되었습니다. 티머니나 캐시비(, 향후 삼성페이)등은 스마트워치에서도 교통카드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가 말그대로 "시계"의 컨셉이다 보니 "시계"의 사용성을 따라 오른손잡이는 왼손에 왼손잡이는 오른손에 스마트워치를 착용합니다. 이제, 오른편에 교통카드 인식기가 있는 지하철 게이트에 왼손에 착용한 스마트워치를 인식시키려하는 사람의 행동을 상상해 보십시오.

 

 

덕분에 웨어러블 시대가 되면서 오른손잡이들이 다시 불편해 졌습니다. 이에, 오른손잡이는 웨어러블 기기를 오른손에 착용하는 시도를 하거나 그에 익숙해져야 할까요?

 

이는, 아직도 제품을 만들때 우주 왕복선과 말 엉덩이의 관계처럼 갇혀 있는 사용성을 계속해서 양산할 여지가 있음을 얘기합니다.

 

교통카드 인식기가 이렇게 배치되어 있었다면...

 

 

애초부터 지하철 게이트가 왼손잡이분들까지 배려하여 양쪽에 교통카드 인식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시대를 초월하는 사용성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사용성을 위해 대공사가 필요하고 그를 위한 예산도 필요할 겁니다.

 

물론, 시간을 초월하면서 "모두"를 위한 사용성을 가지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오른손 ~ 굿!

 

왼손 ~ 음?

(이미지 출처: https://kanrawi.wordpress.com/2012/10/13/bad-design-milk-container/)

 

하지만, 우리는 "왜"를 떠올려야 합니다. 기술의 부족함으로 인해 사용성이 좋지 않을 때 눈앞에 보이는 사용성이나 "익숙함"에 타협을 해서는 안됩니다. 왜 사용이 불편한지, 불편해 졌는지를 찾아내고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즉, 사용성의 부족함을 마주하는 순간- '관대'해 지거나 개선을 위한 '의문'을 품는 방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고 싶으신가요? (물론 양쪽 방법 다 삶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참고 사이트
- "말 두 마리 엉덩이 폭에 맞춰 정해진 철로의 폭"

- "왼손의 불편함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 이 글은 이 집구석 주인장의 브런치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