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를 보면 웨어러블 기기로 몸을 칭칭 감아대어도 이상치 않을 시대가 확실하게 도래한 것 같습니다. 말까살까- 망설이던 이들의 감성을 제대로 긁어서 그간 가방이나 호주머니, 손에 지니고 다녀야 했던 스마트폰의 불편함을 웨어러블 기기들이 제대로 해소시켜 주려는 듯 합니다. 네, 시계 매니아인 저도 요즘의 스마트와치를 보면 지름신의 존재를 느끼게 되더군요. 광고만 봤을때, 스마트폰에 의지해야 했던 수많은 기능들을 무심하게 손목에 차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후욱~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배터리입니다. 즉, 무심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웨어러블 기기들의 다양한 기능들을 자랑스레 내세우며 광고를 하지만 기기가 동작하는 지속 시간만큼은 여전히 자신 없어 합니다. 누군가는 만족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만큼 배터리의 시간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배터리 시간에 집착하는 원천적인 문제를 짚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1. 스마트폰은 집착이 필요합니다
이게 뭔 강아지 소리냐고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얘기가 끊어지는 공백의 시간을 포함하여 얘기를 하는 중간에도 스마트폰을 1번이상 확인하는 버릇 혹은, 습관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 입니다. 차를 타고 가는 중에도 그렇고 길을 걷다 건널목 신호에만 걸려도 꺼내 보아야 하는게 스마트폰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배터리의 상태를 확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참 다양한 기능을 마구 써대니 배터리가 반나절 이상 지속되어도 감지덕지인 셈입니다. 오죽하면, 스마트폰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도 '불편'인데 같은 규모의 보조 배터리까지 짊어지고 다니는 추세이니까요. 그만큼, 이 기기는 '집착'을 유도 하는 것 같습니다.
2. 이제 웨어러블 기기는 무심함이 필요합니다.
이건 또 뭔 영덕개 소리냐고요? 옷을 입고 다니면서 종일 그 옷이 구겨지거나 때가 타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목걸이가 그렇고 팔찌도 그러하며 시계도 그렇습니다.(매니아가 아닌 이상은 말이지요.) 그러다가 필요가 있을때 그것들에게 잠시 신경이 갑니다. 즉, 더우면 옷을 벗고, 추우면 입습니다. 궁금할 때 시간을 확인합니다. 옷이 내몸에 잘 걸쳐져 있는지, 시계가 잘 동작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행동은 별로 할 필요가 없지요. 그렇다 보니 시계의 배터리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도 없습니다. 즉, 무심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능을 내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게 가장 좋은 존재형태인 것 같습니다. 이 대표적인 웨어러블 기기-시계는 근 백년이상의 시간동안 그런철학으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3. 종합한 영덕 강아지 소리
어쩌면 스마트폰은 기능이 필요할 때 그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존재라기 보다- 타인의 의지에 의해 기능의 사용을 강요하는 존재인 듯 싶습니다. 네, 정말로 멍멍 짖어대는 것에 지치실까봐 빨리 썰을 풀도록 하겠습니다. 종일, 스마트폰으로 했던 행동과 그 이유를 빈도에 따라 아래와 같은 관점에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ㄱ. 트랜드 정보가 새로 뜨면 놓치지 않아야 한다.
ㄴ. 메일이 오면 확인해야 한다.
ㄷ. 카톡이 오면 확인해야 한다.
ㄹ. 전화가 오면 받아야 한다.
ㅁ. SMS가 오면 확인해야 한다.
ㅂ. 내 글의 댓글 혹은 '좋아요'를 확인해야 한다.
ㅅ. 주문한 물건의 배송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위의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배터리 상태를 항상 확인해야 한다.
네, 저는 저와 같은 행동들이 능동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즉, 외부의 요인에 의해 행동이 좌지우지 되면서 시간을 보내는 느낌입니다. 마치 TV 리모컨의 전원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놓고도 재밌는 컨텐츠에 껄껄대는터에 누르지 못하는 상태처럼- 상황에 통제되고 있으면서도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반대의 상황을 가정할때는 더욱 더 문제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ㄱ. 새로 뜬 트랜드 정보를 알린다.
ㄴ. 메일을 보낸것을 알린다.
ㄷ. 카톡을 보낸것을 알린다.
ㄹ. 전화를 걸었음을 알린다.
ㅁ. SMS를 보낸것을 알린다.
ㅂ. 글을 쓴것과 댓글을 달았다고 알린다.
ㅅ. 물건의 배송을 알린다.
그리고- 위의 것들을 놓치지 말라고 상황과 시간에 개의치 않고 변화를 24시간 알린다.
마지막으로 저 알림들을 받기 싫으면 수신자가 직접 차단하는 방법을 찾아 행동을 해야 합니다. 무례함이 스마트기기들에게는 당연한 행동이었나 봅니다.
4. 마지막 강아지 소리
시계 매니아 답게- 다시 스마트 기기를 제외한 기존의 시계를 언급해 봅니다. 이들의 동작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법은 어마어마(?) 합니다. 그냥 손목에 차고 있으면 됩니다. 혹은, 빛을 쬐어주거나 2~5년에 한번 배터리를 갈아주면 됩니다. 이 기계로 누릴 수 있는 기능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무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무심하게 지니고 있다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서 혹은, 먼곳으로 떠나 낯선 곳이나 오지에 서서 시간을 확인하려 할때 그것이 정시를 표시하고 있을 확률은 99%이상일 겁니다. 하지만, 집착하지 않고 있던 스마트 기기는 그 단순한 시간표시 기능도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99%이상일 겁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배터리가 다 된 스마트폰을 몇일동안 들고 다니는 것을요. 또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하루만에 배터리가 다 소진된 스마트 시계나 헤드셋, 글라스, 신발, 팔찌, 목걸이, 반지, 키, 밸트 그리고 속옷등을 말입니다. 그러한 상태의 것들을 몸에 착용한 채로 또 역시 몇일을 더 버텨야 한다면 제품의 무게나 디자인, 내구성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웨어러블 기기-시계는 그러한 요소들을 발전시키며 지금에 이르렀고 그러한 점들에 의해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처럼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집착하지 않게 만드는 제품이 진정으로 '스마트'한 제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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