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자서꿍시렁

비트코인에서 '안정'을 찾는 세상

1만 원이 짜장면 1~2그릇, 1 비트코인이 짜장면 8,500그릇, 리니지 게임의 가장 비싼 아이템[1]은 24,300그릇, 서울의 아파트 한 채가 짜장면 142,860그릇 정도 됩니다. 하지만 서울 한 복판에 핵폭탄이 떨어지면서 핵전쟁이 시작되거나 외계인 침공이 시작되면 서울 아파트 스무 채에 짜장면 한 그릇을 바꿀 수 있을까요?

 

Photo by Patrick Tomasso on Unsplash


'가치'라는 게 그렇습니다. 많은 물리, 사회, 경제 등의 요인에 철학까지 포함되어 결정되는 게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 세상이 얼마나 시끄러웠는지를 기억합니다. 공학도로서의 호기심에 기반 기술을 이해하느라 들인 시간도 꽤 되네요. 물론, 지금도 금융 지식을 더하지 않으면 이해가 부족하기에 여전히 많이 모르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즉, 비트코인의 어떤 점이 '가치'가 될 수 있는가를 따지고 있던 사회 분위기를 읽어 볼 틈도 없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과 철학이 저에게는 이미 '가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에게 '비트코인'이라는 이슈 메이커는 '인터넷'이라는 기술 기반 위에 있는 포르노 사이트 이거나 뱅킹 사이트였습니다. (둘 다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표현해 봅니다 >.<)

그처럼, 신기술 위에 자리를 잡는 첫 번째 사용자 서비스의 유용성을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이슈를 만들어 기술이 알려지고 활성화되는 것에 대한 가치는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유명'해지는 것 자체가 큰 '가치'를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의 가치를 인터넷 기술만으로 이해시키고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어떤 기술과 서비스가 그 위에서 동작할 수 있는 가를 상상하려면 뚜렷한 예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뚜렷한 '예'를 만들었던 예들은 끝없이 존재합니다. 우주기술에서는 당연히 위성이나 우주여행과 같은 것들이 있지만 대륙간 탄도 미사일도 포함됩니다. '도대체 그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는데?'에 대한 대답입니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보면서 로켓 추진체에 대한 가치가 인류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습니다.

 

결국, 비트코인은 세상에 등장하자마자 스스로의 '가치'를 만드는 것에 이미 성공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가치를 보고 그것을 좇는 이들이 생겨난 것도 당연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Photo by Markus Winkler on Unsplash


너무 많은 변화에 지친 이들이 안정적인 것, 안정을 바라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보이는 것들만 좇게 만드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즉, 삶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것들이 내 집, 일자리, 많은 돈이며 그것들이 바로 '가치'라고 얘기하는 분위기를 저는 지적하고 싶습니다. 정말로 주식과 내 집(부동산)이 비트코인보다 가치가 있는 것들이고 더 안정적인 것들일까요? 케이블티브이, 넷플릭스, 통신 서비스는 필수로 구독하면서 집은 왜 구독해서는 안되고 '내 집'으로 장만해야지만 '안정'이 되는 것일까요? 왜 4대 보험이 보장되는 남의 회사에 노동자로 자리를 잡아야지만 '안정'이 된다고 이야기해야 할까요?

 

그렇게 간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하기 힘들고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것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것보다 오래전부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익숙한 것들에 집중하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즉, 기존의 '가치'를 공부하고, 이해하고 그것들로부터 '부'를 쌓았거나 자리를 잡은 이들은 리니지 게임 속 진명황의 집행검으로부터 짜장면 이만 사천삼백 그릇의 가치를 절대로 느낄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의 세대와 앞으로의 세대가 그와 같은 '가치'를 좇아야지만 자신들의 철학과 '가치'와 '부'가 유지되기에 바뀌는 것도 많이 싫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비트코인이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 그 기반기술의 잠재력보다는 이해 가능한 '가치'에 많은 이들이 집중한 것 같습니다. 즉, 비트코인은 다른 재화와 교환할 수 있을만한 '가치'가 없다고 간주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모니터에 표시되는 몇 픽셀짜리의 그림(진명황의 집행검)은 짜장면 24,300그릇으로, BJ의 눈웃음[2]은 짜장면 수백수십 그릇, 유명 보이/걸 그룹의 춤사위나 노래는 짜장면 수억 그릇의 '가치'가 생겨버린 세상임에도 측정할 수 없는 또 새로운 것에 대한 '가치'는 인정할 수 없었던 겁니다.

 

영혼까지 끌어와 집 한 채를 사는 게 안전할까요? - 부동산에도 위험은 존재합니다. 아니면 버는 족족 무조건 저축하는 게 안전할까요? - 은행도 망한다는 것을 우리는 직접 체험한 바가 있습니다. 아니면 그 돈으로 주식을 하는 게 안전할까요? - 당연히 위험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지금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잘 나누어야 합니다. '안정'을 찾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말입니다.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저축, 일자리 등 그 어떤 것도 '안정'적인 것들이 아니기에 '안정'을 추구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기존의 '가치'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가 그러지 말라고 분위기를 바꿔야 할 겁니다. 우리도 그러지 말아야 할 겁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주 작은 것부터 시도는 해볼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집착하고 있던 것들의 가치에 대한 고찰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곳의 글들은 언제나 미완성이고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습니다. 피드백은 늘 환영합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글은 언제든 수정되거나 개선될 수 있으며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과 피드백을 주신 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완벽한 글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글도 상황이나 시대가 바뀌어 분명히 수정, 보완 혹은 삭제를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생각합니다. 글은 피드백으로 그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이 집구석 주인장의 브런치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


1. 진명황의 집행검

2. 6개월동안 8억원 번 BJ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