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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꿍시렁

당신의 가치관은 거추장스러운가요?



 관련해서 특별한 인증서는 없지만 저는 시계 매니아입니다ㅎㅎㅎ 세상에 생겨난 모든 시계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손목에 차는 시계를 좋아합니다.(그래서, 이러저리 구경하고 뒤지다 보니 알게되는 시계의 종류와 정보들이 늘어나는 중입니다만...) 그렇게 시계에 관심이 있음을 표시하다 보니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시계를 차고 다니는 것이 거추장스럽지 않느냐?'라고요. '스마트폰이 시계를 표시하고 있는데 그것을 왜 굳이 차고 다니냐?'라 묻기도 합니다. 뭐, 할 얘기는 많지만 그냥 '매니아-이다 보니 차고 다닌다'라고 답을 하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 하고 싶은 '많은 얘기'를 풀어 볼까 합니다.


거추장스러워 보이나요?ㅠㅠ


결론을 심어 답부터 말하자면,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다니면서 시계를 보는 것 보다 훨씬 낫습니다" 입니다.


요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들이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시계를 스마트폰에서 확인하고 계시죠? 단순하게는 시간을 알고 싶어서, 복잡하게는 복잡한 심경이나 난처한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어 보는 시늉겸해서 놓친 메시지나 전화 그리고 시간을 확인하기도 합니다ㅋㅋㅋ 하지만, 과거로 거슬러 가 보면 스마트폰 이전에 그냥 피처폰, 그 이전에는 삐삐가 시계를 표시하고 있었습니다. 한번 더 거슬러 가서 삐삐가 일상화 되어 있지 않은 때에 사람들은 시간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당연히 손목이나 목에 차고다니는 시계를 통해 시간을 알아 내었을 겁니다. 길을 가다 묻기도 했고, 상점이나 길거리에 걸려 있는 시계탑 등을 참고했을지 모릅니다. 다시 거슬러 와서, 삐삐가 일상화 되었거나 피처폰, 스마트폰이 일상화 되기 시작한 때에- 삐삐나 전화가 별로 오지 않는 외로운 이들이 하는 말이 생겨 났습니다. 즉, 워낙에 전화가 안오고 걸 곳이 없으면 '내 폰은 그냥 시계야'라고 말하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하다못해 싸구려 만보계라도...)몸에 지니고 다니는 기계의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기능. 그것은 시계 였습니다. 그만큼, 시간은 오래전부터 가장 기본이 되면서 자주 확인 하는 정보인거죠.


요즘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뜨고 있습니다. 감히 말합니다(?). 그것은, 스마트폰의 휴대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가방을 가지고 다니지 않거나- 주머니가 얕은 옷을 입고 다니는 여름 혹은, 가방없이 정장만 챙겨 입었을 경우 호주머니 속 스마트폰은 보기 싫게 불룩 솟아 나오거나 상의나 바지를 내려가게 만들면서 옷의 맵시를 망칩니다.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고 빼는 것도 번거롭습니다. 가방에 넣었을 경우 전화가 왔음을 놓치는 경우도 허다 하구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행동을 포기하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불쑥!? (사진출처: http://www.kbench.com/?q=node/134784)


그러한 상황들이 번거롭거나 거추장스럽다 보니 스마트폰의 기능을 편하게 이용하거나 휴대할 수 있도록 스마트와치나 스마트 밴드, 스마트 글라스 혹은, 헤드셋등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결국, 스마트폰에 뭉쳐 있던 기능들을 다시 나누어서 휴대나 접근이 편한 장소로 보내고 있습니다. 팔찌나 목걸이, 안경이나 옷등 착용이 간편한 형태로 말이지요.(관련글: 모여있다가 튀어나온 후 주위에 녹아들다시계회사가 전자적인 정보들을 더 많이 시계에 집어 넣으면서 스마트와치로 발전시키거나, 스마트폰 회사가 스마트폰을 시계 형태로 만들며 스마트와치로 발전시키면서 그러한 행보를 가는 것 같습니다. 다시말하자면, 계속 신경쓰고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면서- 그 어디에 착용하기에는 애매한 크기와 모양을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만큼 휴대가 불편한 것은 없는 셈입니다. 하지만, 손목시계는 어떤가요? 일상활동에 큰 방해를 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방수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수영이나 목욕등의 기계에게 극한상황에 이르러서도 사용자는 의식치 않고 착용이 가능하며 그것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차량을 가지고 계신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차안에 시계가 없다면 어떨까요? 시동을 켜면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시계입니다. 네비게이션을 실행했을 때만 시간의 확인이 가능하다면 네비게이션의 실행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무척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네이게이션이나 스마트폰에 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내의 그것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네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을때에 시간을 확인하기에도 편합니다. 운전중에 네비게이션마저 없어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네, 역시 많이 불편할 겁니다. 저는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가 바로 그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즉, 네비게이션이 가지고 있는 분명한 중복기능이지만 차안에 시계가 따로 존재하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말입니다. 다시말하자면, '스마트폰이 시계를 표시하고 있는데 굳이 그것을 왜 차고 다니냐?' 라고 물었던 분들에게 하고 싶은 대답의 골자이기도 합니다.


좀 더 의문들을 정리해 봅니다.


1. 달랑 소리만 나오는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목에 걸고 다니는 것은 거추장스러울까요?

2.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목에 걸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닐때 헤드폰과 이어폰은 거추장스러울까요?


1. 달랑 발걸음 수를 재는 만보계를 허리에 차고 뛰어 다니는 것은 거추장스러울까요?

2. 만보계를 허리에 차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뛰어 다닐때 만보계는 거추장스러울까요?


1. 달랑 사진만 촬영하는 카메라를 목에 걸고 촬영하러 다니는 것은 거추장스러울까요?

2. 카메라를 목에 걸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촬영하러 다닐때 카메라는 거추장스러울까요?


1. 달랑 시간만 표시하는 시계를 팔목에 차는 것은 거추장스러울까요?

2. 시계를 팔목에 차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닐때 시계는 거추장스러울까요?


1.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니는 것은 거추장스럽지 않은 건가요?


1. 스마트와치를 팔목에 두르는 것은 거추장스러울까요?


네, 스마트폰이 가진 기능과 중복이 있더라도 본인이 가치를 둔 기능만 다루는 물건을 별도로 착용하는 것은 전혀 거추장스런 일이 아닌 겁니다. 오히려, 스마트폰이 정말 거추장스런 형태로 존재하고 있지만- 언제 사용할지 모를 수많은 기능들을 정말로 '언제 사용할지 모를'기회만을 생각하면서 손에 쥐고 다니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굳이 급하게 볼 필요가 없는 가십거리와 뉴스들을 길을 걷는 동안, 누군가 얘기하는 동안 보고 있느라 가장 중요한 시간약속을 어기거나 '지금'을 놓치는 일이 허다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거추장스런 행동에 익숙해진 우리가 거추장스럽지 않은 것들을- 많은 사람들 각자가 가진 '가치관'들을 -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보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 보고 싶습니다.


*. 그렇다고 제가 시간약속을 칼같이 지킨다거나, '지금'을 충실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 위인은 절대 아닙니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