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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꿍시렁

상식이 무너지면 신뢰도 없다

1. 메르스로 인해 회사 건물의 입구마다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되었습니다. 카메라 뒤의 근무자는 카메라의 영상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뿐만아니라, 요즘 SNS에 돌고 있는 동영상이 있습니다. 위와 동일한 상황을 기차역(혹은, 지하철역)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이 내용에 대한 사내게시판과 SNS의 반응은 엄청났습니다. 근무자의 근무태만에 대한 비난의 내용은 쉴새 없이 쌓이더군요.



네, 지금까지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지금의 느낌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1번 항목의 내용을 조금 더 이어가 보겠습니다.


2. 저 열화상 카메라는 적정수준의 열이 감지되면 알람이 울린다고 하더군요.


네, 이유가 있는 근무자의 여유였던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느낌이 좀 어떠신가요? 사람들은 각자가 가진 상황에서 보이는 것을 해석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본인이 가진 상식이나 정보에 관한 신뢰에는 아주 관대한 것 같구요. 그렇기에 열화상 카메라의 그 '알람' 기능을 몰랐던 분들은 근무자가 일일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열화상을 확인해야 하는 것으로 '기술수준'을 확신해 버린 겁니다. 그리고 분노했을 겁니다. 배가 물위를, 비행기가 하늘을 어떻게 떠 다닐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힘들어서 이해자체를 포기해 버린다면 괜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 못 받아 들인 후 그 이해를 다른이에게 전달한다면 큰 혼란도 만들수 있는 것 같습니다.(1)


여기서 다시 내용을 이어가 보겠습니다.



3. 기차역이라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다니고 있습니다. 저렇게 복잡한 와중에 알람이 울리면 지나가버린 그 고열자를 찾거나 잡을 수 있을까요? '열화상 카메라'이기에 그사람의 진짜 얼굴이 저장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저장되고 있다 하더라도 그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알아 볼수 있을만큼의 수준일지 기술적인 면에서 궁금함을 더합니다. 


지금은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본인이 아는 상식선에서 또 다른 생각을 펼치고 계실 겁니다.


4. 천만 다행스럽게도 그사람의 얼굴이 뚜렷하게 저장됩니다. 저장이 되자마자 반경 200m내에서 대기하던 경찰에 의해 사람들의 보행이 통제 됩니다. 그리고, 저분은 무전기로 고열자의 인상착의를 얘기하면서 역내의 담당자들을 곧바로 진두지휘 하는 체계입니다.


제가 상상해 볼 수 있는 수준은 여기까지 입니다. 즉, 2, 3, 4번 항목은 제가 모은 정보와 아는 상식선에서 도출해 본 '상상'입니다. 진실인지 아닐지 모를 것들입니다. 1번항목마저 제가 눈으로만 얻은 정보들 입니다. 정말로 '본 아이덴티티'처럼 저 열화상 카메라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분석하고 사람을 추적하는 집단에 연결되어 있을지 모르고 카메라 뒤에 앉은 분은 고도의 대인 진압 훈련을 받은 특수요원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는 게임을 위장한 신원조회 시스템의 화면이 떠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믿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정부관계자들이 했던 행동들이 그수준이 아니었던 것 같기 때문입니다.)


'1대 100'이라는 퀴즈쇼 아시죠? 가장 첫번째 문제는 항상 쉽습니다. 저 문제를 풀지 못할 사람이 있을까-하던때도 있으셨을 겁니다. 헌데, 틀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상식'이라는 것도 늘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100명중에 1명이 틀렸다면 만명에 100명, 천만에 십만명이 모르는 정보였을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은 위험합니다. 헌데, 맥주 한잔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은 덜(혹은 안) 위험하다더군요. 하지만, 술에 약한 제가 그러고 운전하는 것은 일반인이 소주 한병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과 같을 수 있습니다. 남이 '상식'이라 생각하며 얘기하는 '상식'을 기준삼아 제가 늘 행동하고 살았다면 지금 이글을 쓰고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정리해 봅니다. 이해가 힘들거나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그저 보고 듣는 수준에서 믿는게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1번 항목의 단계에서 분노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2번 항목에서 분노하는 이를 가라앉히는 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3번 항목에서 혹은, 더 나아가 그 다음 항목을 생각하면서 화를 내거나 안심하면서 그 항목을 믿기 시작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자식같이 키운 소, 돼지, 닭'을 믿습니다. 기름값, 가스값 급등의 여파로 택시기사님들이 힘드셔서 불친절하거나 승차거부를 하시는 줄로 믿습니다. 그리고, 미터기가 표시하는 금액을 믿습니다. 두번째, 세번째로 주문하는 삼겹살도 가장 처음에 주문해서 나온 것과 똑같은 품질이라 믿습니다. 1인분에 200그람이라 쓰여 있으면 200그람을 받는 것으로, '한우'는 정말로 '한우'인줄 알고 해당하는 가격을 내고 먹습니다. 닭을 튀길때, 짜장등을 볶을때 쓰는 기름은 먹을 수 있는 기름인 줄 믿습니다. 쓰여있는 그대로 고춧가루는 국내산입니다. 자동차는 방수제품입니다. DMZ는 허가없이 걸어서 건널수 없습니다. '국내산'먹거리와 제품들의 생산, 유통과정 그리고 품질은 '중국산'보다 나은줄로 믿습니다. 경유를 주문하면 경유가 휘발유를 주문하면 휘발유가 제 차에 주유될것을 믿습니다. 대패 삼겹살은 남는장사가 아닌줄로 압니다. 자동차의 엔진오일은 무상점검때 마다 갈아야 하는 것으로 압니다. 껌의 재료는 나무에서 추출하는 것으로 압니다. 갈비탕의 '갈비'가 제가 아는 '갈비'인줄 압니다.


이런 상식과 믿음들은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리잡고 있던것들 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를 접해도 (열화상 카메라처럼)두번, 세번, 네번 생각해 볼 필요가 없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신뢰는 무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이제 껌한통을 사서 씹으려 해도 반신반의 해야 합니다. 만연해지고 있는 '불신'은 국민이 아니라 무능한 정부만 만들고 키운것이라 믿고 싶었습니다.


일어난 사건, 사실에 대한 최종 결과 따위는 없습니다.(마지막은 늘 '잊혀짐'입니다.) 열화상 카메라에 대해 5번째, 6번째, 7번째- 100번째까지 분석을 할만큼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이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저 본인의 이해가 끝나는 '단계'에서 이해를 끝내고 잊을 뿐입니다. 또는 어느 단계에서 (영상속의 근무자와 같은)누군가의 탔만 하다 말겠지요. 그리고 계속해서, 지인, 친척, 가족 그리고 본인이 저질렀던 비양심적인 행동들은 '실수'이거나 이해를 받을만 한 것들 일겁니다. 그 '누군가'가 본인이 될 때까지는 본인의 '상식'에 대해 늘 관대할거니까요.



(1) 참고: 26년전, MBC뉴스, "홍콩 할매귀신 소동"

http://imnews.imbc.com/20dbnews/history/1989/1823642_13402.html


(*) 페북을 타고 오신 분들께: 제가 아는 분 아닙니다. (누군지 모릅니다. 죄송 합니다. 낚이셨어요.)


*. 이곳의 글들은 언제나 미완성이고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습니다. 피드백은 늘 환영합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글은 언제든 수정되거나 개선될 수 있으며,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과 피드백을 주신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