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영화 매트릭스가 개봉했습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저는 영화와 비슷한 상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오감이 실제 세상으로부터 왜곡된 정보를 읽는다면 그 삶은 어떤 의미를 지닐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뭐, 저만 그랬겠냐마는... ... ^^)
실제 세상에서 왜곡된 정보를 주입하는 이들이 있다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마치, 재난 영화나 게임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더욱 커지고 엉망이 되어 갈수록 재미가 커지는 것 처럼 말입니다. 강 건너 불구경이죠.
그러한 재미가 커지려면 영화나 게임속 장면들이 실제로 동작하는 것처럼 그럴듯 한 구성을 지녀야 합니다. 막무가내이기보다 영화속 주인공의 생사고락에 몰입할 수 있을만큼 납득이 가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즉,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간단한 물리법칙 수준이랄까요? 심각하게 준비한 주인공의 행동에 나쁜 괴물은 반응을 해야 재미가 있습니다. 영화나 게임이 끝날때까지 주인공이든, 괴물이든 아무런 피해 하나 입지 않는 구성이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그런 척이 아니라 어떤 작용에 대해 정말로 생겨난 반응처럼 꾸며줘야 그 가상세계의 주인공은 계속해서 다음 행동을 이어가게 되고 그러한 이야기에 관객들은 납득할만한 재미를 얻습니다.
자, 머리를 너무 길게 풀었습니다. 네, 관객은 일부 집권층입니다. 빅브라더 입니다. 혹은, 온갖 비리와 꼼수를 쌓아서 높은 위치에 올라간 관료일 수 있고 당신의 불만을 자아내게 만드는 건드릴 상상조차 할수 없는 힘이나 돈을 가진 집단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들이 즐기고 있는 영화속 조연입니다. 주인공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현실세계에 있는 관객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조연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이들 중 하나 입니다. 말그대로 시궁창이나 아비규환이 될 수 있는 세계에 몸소 뛰어들어 조연들의 행동에 명분을 만들어 주는 역할입니다. 단순히 조연들의 분풀이 대상일수도 있습니다. 관객이 진짜 '갑'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조연들은 그들에게 전혀 영향을 미칠수 없다는 말일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들의 행동으로 재미를 주는것 처럼 아쉬움을 전달할지도 모르고 슬픔이나 공포를 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우리를 개고생 시키도록 만든 주체가 관객이 아니라 주인공이거나 주인공이 '주적'으로 내세운 '괴물'이라 한정 짓는 다면 우린 계속해서 개고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모 유업회사의 갑질횡포가 있었습니다. 그 갑질로 인해 피해를 받은 이들은 누구였을까요? 갑질과 같은 행동을 한 이는 진짜로 '갑'이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갑의 권위를 등뒤에 둔 을입니다. 역시, 피해를 입을 대상입니다. 주인공입니다. 그 회사에서 자신이 갑이라 믿고 일하는 직원들입니다. 진짜 갑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구글에서 해당 업체를 키워드로 검색한 후 시간순으로 기사 제목들을 줄세워 봤습니다.
2014.9 남양유업, 실적 곤두박질…'갑질' 여파 현재진행형?
2015.1 '물량 밀어내기 갑질' 남양유업, 과징금 124억 중 119억 취소 ...
2015.2 남양유업 갑질 논란 뒤 피터진 '을'끼리 싸움
2015.2 '갑질 이미지'로 추락했던 남양유업 회복세
2015.7 '밀어내기 갑질' 남양유업 前대표 항소심도 집행유예
2015.9 "남양유업, 상생 약속 해놓고 보상 증거 삭제"
그냥, 그들은 영화의 내용에 잠시 슬퍼했거나 약간의 공포를 느꼈을 뿐입니다. 다음을 보겠습니다.
2012.12 - '안전결제 무더기 해킹'에 BC·KB카드 회원들 불안
2014.4 - 해킹에 신한·국민·농협카드 10여만 명 정보유출
2014.10 - [KB국민카드] 해킹 걱정 끝, 해외 온라인 안전결제 서비스 이용...
이런일이 벌어질 경우, 고객들의 불만에 대응하고 연장근무를 통해 일을 해결해야 하는 이들이 누구 일까요? 안타깝지만, 대부분 이런 상황이 터지면 경영실적 부진이 예상되거나 부진할 경우 가장 먼저 회사를 나가야 했던 자리에 계신분들이 회사를 지키는데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나라꼴을 엉망으로 만든 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두둔하고 지키는 데에 총력을 다하는 이들이 있는 것 처럼 말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08.5 - 美 쇠고기 반대” 1만여명 촛불시위
2008.8 - ‘쇠고기 국정조사’ 대충 마무리하면 되고~
2015.6 - 촛불집회하며 반대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1위
네, 촛불집회 개고생을 하러 나갔던 이들은 통제와 진압을 위해 개고생 했던 우리 딸, 아들, 형제뻘 의경들과 싸우지 않았던가요? '을'끼리 치고받는 액션에 진짜 '갑'들은 얼마나 재미있어 했을까요? 그들에게 전혀 영향이 가지 않는 행동을 '을'끼리 만들고, 행하고, 당하고 있던 겁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속에서 '갑'들의 횡포에 욕하고 분노하면 실제 세계가 변화할 거라 믿는 이들은요? 수십만 댓글과 '좋아요'가 달리면 아~ 변화가 일어나고 있구나~하며 뿌듯해 하겠지요. 그냥 가상세계속 가상세계에 분풀이로 만족하면서 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SNS는 실로, 엄청난 자위기구인 것 같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영화'의 구성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영화속 주인공은 ㅂㄱㅎ입니다. 괴물은 청해진이나 해경, 선장등이구요.(영화속 주인공은 악역이거나 생각이 없는 역할입니다) 진짜로 '갑'들은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2015.5 - 세월호 참사에도 유병언 자녀 회사들 '꿋꿋'···지난해 흑자 ...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실제 세상의 관객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가상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최소한의 돌파구가 '선거'를 포함하여 몇가지가 더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와 관련한 정보도 최소한 진실이라 믿었습니다.
2013.3 - '국정원 여론조작' 국정조사 합의
2013.5 - 국정원 추정 트위터 핵심계정 실명확인
2013.12 - 박근혜부정선거 51.6%의 비밀-개표기조작 확실한 증거찾았다
하지만, 최소한의 돌파구라 믿었던 시스템도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가상세계에 사는 것에 지쳐있습니다. 우리를 위안해 줄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나 스포츠, 게임, SNS와 같은 또 다른 가상세계를 바라보며 진짜 '갑'이 즐기고 있는 재미를 비슷하게라도 느끼는 것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