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이 나빠 쓸모가 없어진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국어는?"
우리는 한글을 쓰고 한국말로 대화한다. 어쩌면 이 표현을 달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대부분은" 일상생활에서 한글을 쓰고 한국말로 대화한다. 왜 일까? 시기적으로, 환경적으로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 대부분이) 한국어를 먼저 익혔기 때문이다. 자라는 동안 지식과 소통을 위해 자연스레 배우게 된 언어가 한국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세상 그리고 IT기반의 산업과 환경에서 영어만큼 효율적인 언어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로그래밍 언어와 동일한 생로병사를 한국어도 가지게 할지 모를 기술의 흐름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효율이 나빠 쓸모가 없어진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초의 한글 프로그래밍 언어 - 씨앗)
출처: http://myeveryday.tistory.com/entry/%EC%B5%9C%EC%B4%88%EC%9D%98-%ED%95%9C%EA%B8%80-%EC%BB%B4%ED%8C%8C%EC%9D%BC%EB%9F%AC-%EC%94%A8%EC%95%97
지금의 당신이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미국인이라고 가정해 보자. 영어만 하면서 한국의 생활이 (갑자기) 시작되었다고 말이다. 특히 IT분야에 몸을 담고 있다는 가정도 덧붙여 보자. 일단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 기반이다. 관련한 서적이나 논문의 대부분도 영어다. 그것들은 한국의 빠른 인터넷을 통해 항상 얻을 수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그에 따라 최신의 영어 논문이나 정보를 학습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빠르게 IT분야를 앞서 나가는 방법이다. 특히 영어를 어설프게 한국어로 번역한 서적이 출판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해당 서적을 이해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넘쳐난다. 길 가다 마주치는 한국인들 중 몇몇을 건너뛰더라도 간단한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그 와중에 이 분야에 있는 이들이 대화중에 섞는 기술용어들은 대부분이 영어다.(일어도 제법 있다) 얼마 전 나는 서울에서 열리는 외국계 기업의 행사에 다녀왔다. 행사는 몇 개의 세션을 가지고 있었고 정보의 전달과 질답 시간들도 주어졌었다. 대부분 영어로 소개, 설명되었으며 그렇게 영어 소통이 거의 전부였던 행사가 서울의 한 복판에서도 무난하게 치러졌다. 당신은 그런 행사에 초대받고, 장소를 찾아가고, 정보를 교류하는 데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에서 한국어를 몰라도 영어만으로 먹고사는데 큰 문제가 없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정보를 얻고 외국인과 소통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기에 오히려 한국어와 한국어식 생각은 더 넓은 세상과의 소통에 걸림돌처럼 느껴진다.
구글의 번역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팁이 돌아다닌다. 방법은 이렇다. 한국어를 영어로 혹은,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려면 일어를 거쳐라는 것이다. 즉, 한국어를 일어로 번역한 다음, 그 결과를 다시 영어로 번역하면 정확도가 높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상세하게 그와 관련한 기술의 설명은 건너뛰겠다. 다만 해당 서비스는 피드백을 많이 받을수록 품질이 개선되는 구조다. 즉, 아쉬운 번역 결과에 대해 더 나은 피드백을 기여할수록 그 서비스의 품질은 좋아진다. 일본인들은 그 서비스에 많은 피드백을 제공했으나 한국은 그러지 않았던 거다. 비단 한국뿐일까? IT 인프라가 무척 탄탄한 한국이 이 정도다. IT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는 더욱 심할 것이다. 자국 언어의 소멸과 고립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의 수준을 높이지 못한다면 그 끝은 분명 좋지 않을 것 같다.
출처: http://photopin.com/free-photos/translator
이제 각성해 보자. 효율만 따지고 누리거나 사용하는 데에만 익숙하고 기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우리의 언어는 고립되고 사라질지 모른다. 기술 인프라의 대부분이 영어 기반이라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응하고 지식을 영어로 쌓아 놓는 것은 분명하게 효율적이다. 국내와 해외 개발자 간의 소통을 위한 시스템이 그렇고 그런 시스템 위에서 아직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조차 꾸역꾸역 영어 공부를 해가며 영어를 이용한 소통으로 효율을 내고 있다. 느끼고 있는 것처럼 기술 정보는 구글에서 그리고 영어로 검색할 때 가장 많이 얻는다. 어느 순간, 한글 결과는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다. 기술의 표준화로 효율과 생산성을 맛 본 이들은 안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표준에서 벗어난 많은 것들에 대응하는 고생이 어떤 것인지를....... 결국, 소통이 목적이라면 기술적으로 볼 때 영어 하나만으로 충분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영어를 잘 못하는 내가 개발 중에는 한글이(이를 위한 기술적인 처리와 이슈 등으로 인해)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영어 숙련자들은 오죽할까?
다시 태어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하나뿐이다. 영어와 한국어 중 어느 것을 택하겠는가?
다시 한번 효율과 사용성으로 인해 사라져 간 프로그래밍 언어들과 동일하게 한국어가 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자. 흥미를 잃은 기술에는 기여가 모이지 않는다. 닭과 달걀처럼 무엇이 먼저가 되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흥미보다 기여에 신경을 써야 할 때인 것 같다. 기여가 모여서 흥미를 가지는 기술 혹은, 해당 기술의 장점들이 더 널리 퍼지고 더 오랜 수명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고 본다. 한글은 우수하다. 한데, 왜 우수하고 어떻게 그 우수함을 유지할 수 있고 계속해서 우수하기 위해 우리 기술인들이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찾고 노력하고 연구해야 하는 때가 지금은 아닌지 질문을 열어본다.
* 이곳의 글은 글쓴이의 브런치 https://brunch.co.kr/@gunman97에도 게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