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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꿍시렁

더 낸 세금을 돌려 받기 위해 겪어야 하는 일

연말정산 경정청구라는 것을 진행해 보셨나요?


연말정산 신고 시 인적공제 대상 등을 누락했을 경우 누락분을 수정/추가하여 다시 신고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 겪어야 했던 시스템의 문제를 하나씩 나열해 보고자 합니다.



1. 블로그나 관련 내용을 다룬 신문기사가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어디서부터 이를 시작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경정청구'라는 말도 낯설지만 경정청구 사이트의 버튼이 그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면 좀 더 자세하고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다른 사이트의 내용을 설명서로 참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사이트의 설명글들은 너무 어렵습니다.


F,G,H ? 중간예납? 신고와 청구? 단순경비율? 세무 담당자를 위한 화면인지... 일반인을 위한 화면인지 알 수 없습니다.




2. 누락된 인적공제 대상에 대해 가족관계 증명서를 반드시 첨부하라고 하지만 해당 첨부 기능은 Windows PC에서만 가능합니다. 실컷 Mac에서 대부분의 일을 진행했으나 마지막에 Windows PC를 찾지 못하면 매듭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게임방을 가야 할까요? Windows PC를 구매해야 할까요? 공문서 등을 펼치거나 수정하기 위해 아래한글을 반드시 구입해서 설치하게 만들던 불친절함이 다시 시작됩니다. 
(MS-WORD, GOOGLE DOCS와 같은 선택지가 나온 지 10 수년이 넘어가는데 여전히 대부분의 관공서에서 공시하는 자료들은 웹상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아래한글 파일 덩어리를 다운로드하여서 아래한글로 열어야지만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시대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전히 관공서, 진흥원 사이트의 자료들은 아래한글 덩어리 속에 정보를 감싸 놓고 있습니다. )





3.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대한민국의 법원 사이트는 아예 Windows PC가 아니면 접속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그나마 친절하게도 Mac에서 접속하자마자 Windows PC 전용이라는 내용만 보여줍니다.



4. 아래와 같은 내용도 있습니다. 이러저러한 설명을 표시하거나 파일을 첨부하기 위해서는 팝업의 허용이 필요합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도 이해가 안 됩니다. 팝업의 허용 없이 팝업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부지기수입니다.






5. 경정청구를 위해 첨부 가능한 파일은 pdf 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액티브 액스를 설치합니다. 설치한 액티브 액스로 내 PC에 있는 png파일을 선택하면 png파일을 pdf파일로 변환한 후에 업로드합니다. 결국 그 변환에 관한 모든 필요 리소스를 사용자의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것이죠. 서버에서 처리하면 될 일을 사용자의 PC에 액티브 액스를 또 한 번 치덕치덕 하여 해결합니다.


 6. 당연히 기술이나 사용성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과 관련 공무원 분들은 이렇게 시스템을 구성하고 디자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사용성이 당연한 줄로 알고 전하고 따르려 합니다. '이건 이래서 불편하다'를 얘기하기 전에 '당연한' 것을 왜 불편하다고 얘기하는지 이해 전달이 어려운 상황인 겁니다. 수박에는 씨가 있어서 먹기 불편한 게 당연한데 원래부터 존재하던 수박의 씨를 가지고 자꾸 불만을 표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게 힘들겠지요. 문제를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면 씨 없는 수박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겁니다. 


7. 온라인 상에서 공인인증서 로그인과 주민등록번호, 주소지를 실컷 입력받아 놓고도 어떤 항목에 대해서는 세무서를 직접 찾아가야 청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전화 문의를 통해 알아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데, 세무서에 가서 한 일은 경정청구 신청서 종이에 이름과 주소 그리고 귀속 연도를 쓰고 사인을 해서 제출한 게 다입니다. 온라인으로 입력하던 정보들 입니다. 업무시간에 차를 몰고 세무서에 가서 50-60분 동안 진행한 내용이 저게 다입니다. 


8. 그렇게 종이 청구서를 제출한 진행상황은 전화를 통해 물어야 알 수 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진행사항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9. 경정청구를 통해 세금을 환급받았습니다. 5건을 제출했다고 국세청으로부터 5개의 우편물이 와장창 도착합니다. (그냥 종이 하나에 다 표현하면 되었을 내용들인데 덕분에 곧 찢어 버릴 종이와 포장지가 늘었습니다. 우편물 포장은 비닐과 종이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분리수거 시 이게 얼마나 불편함을 만드는지 아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그리고 일반 우편봉투보다 비싸겠지요.)


10. 하지만, 온라인에서 확인했던 환급액이랑 우편물에 쓰인 환급액이 다릅니다. 이를 또 전화상으로 문의했더니 지방세는 따로 진행이 되고 있을 거라고 얘기합니다. 그에 관한 언급은 우편물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온라인상에도 언급이 없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왜 그 둘을 분리해서 표시해 놓지 않았을까요? 한 번이라도 더 국민과 전화통화로 소통하기 위해?


11. 3개월이 지나서야 지방세 처리에 관한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 역시나 지방 세무서로부터 우편물 5개가 와장창 도착합니다. 또 한 번 안타깝습니다. 해당 우편물들에는 지방세가 계좌에 입금되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게 아니라 환급을 받고 싶으면 온라인으로 환급신청을 하라는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12. 온라인에서 지방세 환급신청을 하였으나... 언제 받을 수 있는지는 역시나! 전화를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13. 관할 구청의 담장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주민등록 번호 전체를 묻습니다(ㅡ.ㅡ;) 그리고 이게 웬일인가요? 환급처리가 완료되었다고 얘기를 하네요. 다시 한번 확인해 보라고 말씀드렸더니 처리가 되지 않은 건들이 보인다고 얘기합니다(ㅡ.ㅡ;) 그러면서 환급받을 은행과 계좌번호를 불러 달라고 얘기합니다. 온라인으로 입력했는데 또 얘기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잠시 후 해당 내용이 보인다고 합니다(ㅡ.ㅡ;) 네, 담당자분께서 온라인 시스템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가 봅니다. 그러면서 빠르면 오늘 늦어도 내일까지 입금을 시켜 준다고 합니다.


14. 하지만 그 내일이 오늘이 되어도 입금이 되지 않았습니다.


15. 그 내일의 다음날이 되어 오늘 전화를 해서 또 주민번호 전체를 또 얘기하고 환급일정을 물었더니 오늘 저녁에 입금이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16. 궁금합니다. 국세청장과 법무부 장관 또는 관련한 여러 '장'님들은 한 번이라도 직접 이 시스템을 사용해서 연말정산이나 경정청구를 해 보았을까요?


17. 이 시스템을 디자인 한 분들은 사용해 보았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분들은 사용에 어려움이 전혀 없었겠지요. 그래서 시스템의 문제나 어려움을 못 느끼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 관계자 분들은 연말정산 기간 동안 걸려오는 전화와 연말정산을 위해 진행하는 별도 교육이 왜 끊임없이 존재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지요.




[관련 자료]

세정 일보 : ‘자뻑에 빠진 국세청’…청렴도 외부평가 ‘꼴찌’ 내부평가는 ‘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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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이 집구석 주인장의 브런치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