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지하철 내에는 다른 지하철에서 볼 수 없었던 정보가 표시되고 있습니다. 다음 역까지 '남은 거리'와 지하철의 '속도'입니다.
어찌 된 일인지 표시가 되면 좋을 정보들이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61754F5BB9A65F01)
네, 다음 정거장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이나 '도착 예정 시각'이 없습니다.
이 두 정보가 있다면 나머지 정보들을 굳이 더 할 필요는 없습니다. 표시하고 있는 속도와 거리 정보를 참고해서 보는 이가 계산을 할 수도 있겠지만 설마 그와 같이 사용성을 의도했을 리가 없다고 믿고 싶습니다.
물론 운행 중에 살짝살짝 속도가 변하기에 도착 예상 시간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마치 인터넷에서 파일을 다운로드할 때 변하는 예상시간처럼 말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F862355BBC0D381A)
즉, 신분당선의 모니터에 표시하는 정보는 할 수 있는 것들만 하느라 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기존의 버스 노선도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2BF14D5BBF26FB38)
이를 디자인 한 관계자들은 사용자에게 무엇을 반드시 전달해야 하고 '할 수 있지만'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이 없었거나,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관점이 뒤 섞이면서 생겨난 문제를 최종 책임자가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래 링크들의 내용을 참고 부탁 드립니다) 요약하자면, 정류장을 기준으로 버스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를 표시하지 않았거나 출발지와 목적지만 표시해 놓은 버스 노선도의 불편 사례입니다.
- 버스 방향 콕 짚어주는 화살표 청년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5/04/2012050400083.html?Dep0=twitter&d=2012050400083
- 거꾸로 가는 버스노선표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key=20120221.22012212003
그래서 이 불편은 고스란히 정류장에 선 버스 승객이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는 '익숙하고 당연한' 불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불편하지만 '원래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해지는 것이죠. 물론, 어떤 분들은 '나랏일에는 다 뜻이 있다'라는 생각으로 '불편'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요즘의 '사업'이라는 것은 이와 같이 '익숙한 불편'과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관점에서, 또는 존재하는 기술과 힘으로 이와 같은 '불편'들을 없애는 것이 목표인 것 같습니다.
즉, 할 수 있는 것들과 익숙한 것들, 당연한 것들을 잘 해 가는 게 아니라 무엇을 덜어내거나 피해야 하며 반드시 바꾸어야 할지를 잘 찾아내는 게 재능이고 기술이고 경쟁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더 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해놓은 것들만을 가지고 '덜 함'으로 해서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켜 준 예를 보겠습니다.
그리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바로 라디오와 GPS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8DE34C5BBF219315)
그 둘은 지하주차장이나 깊은 산속, 터널에 들어가면 신호를 잡지 못합니다. 더구나 GPS는 고가도로 아래, 건물 사이, 실내만 들어가도 정확히 동작하지 않습니다.(최근에 들어서야 WiFi, 블루투스 신호를 근간으로 그 정확도를 높이고 있긴 합니다만 오차범위는 여전히 어마어마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장 중요한 '필요'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했고 나머지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응용 제품들의 출시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터널, 건물 사이, 고가 도로 아래에서도 GPS가 정확하게 동작하게끔 기술이 준비되기를 기다렸다면 지금도 GPS를 탑재한 제품들은 출시되지 않았겠지요.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998E324C5BBF21C016)
요즘은 제품이 프로토타입 수준으로 준비되더라도 그 존재를 알리는 사례가 많은 것 같습니다. 프로토타입 수준의 제품을 출시해서 처음에는 악평(과 욕)은 좀 듣더라도 주옥같은 피드백을 수집하여 조금씩 더 나은 제품으로 개선해 가는 전략이 자주 눈에 보입니다. 그와 같은 전략이 잘 수립되고 성공하려면 '더 하지 말고 덜 하기' 위한 안목이나 능력은 정말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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