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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꿍시렁

즉흥 여유의 경쟁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게 아니라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는 것 같습니다.

그와 같이 '계획된 여유'에 만족하고 살아야 합니다.


보통은, 어딜 가나 차와 사람이 붐비는 주말 즉,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을 제외한 날에 쉬면 좋을 겁니다.

하지만 월차의 수는 정해져 있고 회사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동료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주중에 나만 불쑥 쉬는 것은 눈치가 보입니다.


어디 여행이라도 한번 가려면 계획은 필수입니다.

휴가를 언제 낼 것인지, 그때쯤이면 크게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를 낼 수 있는지, 비행기표나 숙소의 가격은 괜찮은지 등을 계산하고 신경 써야 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여유를 부리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계획을 세워야 쉬는 게 가능합니다. 


얼마 전까지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와 같이 '계획'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여유'에 익숙했습니다.


회사가 허락하고 회사에 매여있는 심리적 족쇄(-내가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간다-)가 느슨해져야지만 얻을 수 있는 '회사가 허락하는 여유'였습니다.


요즘은 그 허락의 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탄력 출근제, 자율 출퇴근제 등으로 점점 여유를 얻기 위한 계획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 같습니다.


일요일에 여행을 떠났다가 월요일 오전 늦게나 오후에 출근해도 괜찮습니다. 또는, 주중 오후부터 쉬었다가 다음날 오후에 출근해도 괜찮습니다. 모자란 업무시간은 미리 또는 나중에 야근으로 채우면 됩니다.(딱히 해야 할 일이 없어도?)


그러다 보니 출퇴근 시간이 지나면 한가하던 도로가 이제 출퇴근 시간이 지나도 차와 사람이 많아집니다. 주말이 아니면 여유롭던 고속도로도 주중에 막히는 구간이 늘어나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자동차의 수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어느 날 당신이 회사에서 일을 하던 중에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어서, 그냥 쉬고 싶어서 점심시간이나 그전 후로 일찍 퇴근을 결심했더라도 집이나 공항에 가려면 주말이나 주중의 출퇴근 시간과 맞먹는 교통체증을 겪게 된다는 말이 됩니다.

또한, 당연히 이와 같은 분들로 인해 수요가 늘어난다면 비행기 티켓도 즉흥적으로 구매하기에 만만한 가격이 아닐 수 있습니다. 


즉흥으로 생겨나거나 만든 여유를 즐기기 힘들어진다는 말입니다.


대한민국의 인구가 출산율 저하로 줄고 있으니 그럴 일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인구는 줄었던 적도 없고 증가가 늦춰진 적도 없습니다.

(전 지구적인 문제로 볼 때, 국가라는 개념을 언제까지 가지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국가의 생산인구가 감소한다면 다른 국가로부터 생산인구의 유입이 발생하게 될 것 같습니다. (민족주의니 한민족이니 하는 말을 고수할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회사라는 여러 '조직'들에 생의 절반을 매여 있다가 나왔습니다. 나온 이유를 즐기려다 보니 피부로 이와 같은 사회현상들을 느끼고 있습니다.

즉, 내가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고 싶을 때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사업을 하다 보면 여러 이유로 이와 같은 욕구가 100% 충족되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한몫을 제대로 거드는 것은 사회 분위기의 변화였습니다.


주말을 피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왔지만 그 기회는 이미 어느 정도 경쟁 단계에 다 달아 있었던 겁니다.


결국, 여유(?) 있는 사람들은 이를 개의치 않고 여유를 즐기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언제나 '치밀하고 합리적인 계획'이라는 포장 아래에서 '잘 쉬기 위한 경쟁'을 치루어야 할 겁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TV프로에서 어떤 할아버지에게 "만약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강원도"라고 답하셨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교대근무를 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하루 이상 시간을 못 내는데 거기라면 하루 만에 갔다 올 수 있으니까"라고 말하시더군요.


슬픈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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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이 집구석 주인장의 브런치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