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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꿍시렁

해결로 가는 길

우리 회사가 개발한 SW의 테스트가 타 회사에 의해 진행되었다. SW의 개발을 요청한 회사였다.
여러 차례 테스트가 진행되었지만 SW의 오류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째서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지를 '테스트 방법과 절차'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싶었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의 해결에 급급했기에 단순한 방어 코드와 의심 가는 파라미터 값의 조절에만 신경을 썼다.
결국 좀처럼 해결되지 않던 문제는 나를 테스트 현장으로 몰았고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법과 모습을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진작에 검토했어야 했던 '테스트 방법과 절차'에 의해 생겨나는 문제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 기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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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지만, 필요한 하드웨어 장비를 갖추고 업데이트한 SW를 실행하여 기존에 존재하던 오류가 확인되면 그것을 리포트하는 것에 그치고 있었다. 즉, 어떤 '조건'에서 어떤 '절차'로 '결과'가 도출되었나-에서 결과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기록이 남겨지지 않고 있었다.


문제는 아주 단순하게 해결되어 버렸다.


현장을 방문했던 나는 발생하는 오류를 먼저 확인하기 위해 직접 각종 하드웨어 장비를 초기화하고 SW를 실행했다. 하지만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고 이는 결국 나와 테스터의 테스트 절차의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무엇과 무엇을 연결해 두고 어떤 하드웨어를 먼저 켜는가와 같은 순서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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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진행했던 순서를 다행스럽게도 떠올려 테스트를 재현할 수 있었고 그 순서가 문제를 해결했다.

오류는 하드웨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었고 하드웨어 전문가 집단이 발견했어야 하는 문제를 제삼자가 찾은 것이다.

첫째, 그들의 시야는 눈에 보이는 현상, 즉 'SW 문제다'에 갇혀 있었다. 다른 원인을 둘러보고자 노력하지 않고 최종으로 보이는 현상에만 집중했다. 현상에서 원인으로 길고, 넓게 거슬러 갈 수 있도록 시야를 넓히지 않았다.

둘째, 기록이 없었다. 있었다면 테스트 절차를 재확인하며 작은 변화라도 시도할 인사이트를 얻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행동의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없기에 매 테스트마다 바꿀 수도 없고 바뀌지 않을 행동을 반복하며 확정한 책임 소재를 드러내는 기록에만 집중했다.

셋째, 늘 조급했다.
그들을 대할 때마다 데모 기일이 얼마 안 남았다거나 반드시 기한 내에 SW가 요구사항대로 동작되어야 한다는 등 상황의 심각성만 되뇌며 불안을 조성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관점에서 다른 변화를 시도할 만한 심적 여유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를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에 대한 부담은 스트레스와 두려움이 된다. 이 같은 스트레스나 두려움은 동일한 심리를 낳는 것 같다. 즉, 책임의 '전가'다. 내 문제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들마저 원인을 남에게서 찾거나 미루고 싶은 생각과 행동이다. 적절한 가설만 완성하면 검증이 될 때까지 미룰 수 있다.

좋지 않은 상황으로 방향을 틀게 만드는 것. '지금'을 바로 볼 수 없고 '시도'를 두렵게, '과정'을 즐길 수 없도록 만드는 방법. '해결'로 가는 길을 못 찾거나 샛길로 빠지게 만드는 핵심 요인들은 압박, 조급함 그리고 누가 어떻게 정했는지 모르는 바꿀 의지가 없는 일정이 크게 몫을 한다고 본다.

PC를 켰는데 모니터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으면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항목이 수십, 수만 가지가 준비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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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겪는 PC, 랩탑,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TV, 셋톱, 공유기, 세탁기 그리고 IoT 기기 등의 동작 오류를 보면서 전과 다르게 관대한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주요 엔지니어의 실수나 책임에 제한해서 이야기를 풀고 끝내는 분위기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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