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어느 순간 유명해졌다. 사업의 규모와 분야는 넓어지고 커졌으며 회사의 인지도와 속내용은 오히려 네티즌들의 손과 입에서 더 잘 전달되고 오르내릴 정도다. 단순한 외관을 가졌지만 강력한 검색능력을 가졌던 검색엔진은 이제 메신저 부터 동영상, 지리정보, E-BOOK, 광고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빠른 IT 인프라 보급과 함께 엄청난 양의 정보를 담아 특수한 DB기술의 힘을 기반으로 운영체제까지 만들려 하며-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을 것 처럼 꿈틀거린다.
하지만 이상하다. 분명 기술의 수준이 높아 보이고, 그 성능을 계속해서 인정받고 있지만, 왜 그 움직임과 세계적인 관심에 비해서 한국에서만 유달리 성장속도가 느릴까?
한국에 들어왔던 많은 외국인 기업들이 장사를 접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한국에 "특화"되도록 상품을 내어 놓지 못했다거나 적응에 실패하여 그렇게 되었다는 해석이 있다. 한국에 "특화"된 상품이라...?
언제 부터 인지는 모르고 그것이 좋은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나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속담처럼 겉치레와 겉모습에 1차적인 의미를 두는 분위기가 한국에는 자리잡고 있다.
당장 똑같은 속이라도 겉이 고급스럽다거나 화려해야지만 만족을 하고, 마음이 가는 분위기 말이다. 무엇을 하고, 만들고 속에 담을지라도 겉은 멋지고 보기가 좋아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잘 반영하듯 한국의 컨텐츠 제목들은 점점 "스포츠 신문"틱 해진다. 지금이라도 여느 포탈사이트의 첫화면, 눈에 띄는 사진과 글은 잘 "낚이도록" 구성되어 있다. 결국 속을 보면 별것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 이더라도 말이다. 심하면 제목과 편집만 다를 뿐 같은 내용일 수도 있다.
그래, 소위 "실한" 컨텐츠가 부족하다.
구글은 나름대로 "실한" 컨텐츠를 찾기 위한 시스템이다. 그렇기에 화려한 유저 인터페이스에 비중을 두지 않고, 내용을 보이는 속도와 구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실한" 컨텐츠가 없는 곳에서 아무리 뒤져봐야 실한 것이 나올 리 없다. 게다가 실하지 않은 것을 마치 실한 것 마냥 이쁘게 꾸미지도 않으니 웬만한 매니아나 파워유저가 아닌 이상 관심있게 접근하지도 않는다. 비매니아와 일반 사용자는 검색식의 유용함도 여기서는 무척 귀찮고 어렵게 느껴지는 존재감 없는 도구일 뿐이다.
만약, IT기술에 몸을 담고 있다거나, 관심을 두고 있는 매니아 혹은 파워유저가 아닌 누군가가 똑같은 정보를 구하고 보려 할 때 구글에서 나타나는 것과 네이버에서 나타나는 모습 중 어느 것에 만족 할까?
이건, 검색 결과의 문제만이 아니다.
같은 뉴스를 보더라도 네이버에서 보는 것과 구글에서 보는 것의 차이는 우리 부모님께는 무척 클 것이다.
네이버
사진1. 네이버 뉴스구글
사진2. 구글 뉴스확실히 이런 분위기는 한국에서 제공되는 컨텐츠의 특징으로 자리잡으려 한다. TV 광고, 드라마, 영화와 영화 광고물들...
꾸미다 못해 지나치게 강조하고 자극적이게 된 광고와 광고 문구들 혹은 여느 컨텐츠의 제목들... .
특히 요즘은 한국영화의 예고편과 포스터의 내용이 실내용과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르다고 느껴진 것들이 한두개가 아니다.(소위 낚인 것이다.)
예전부터 주위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특히, 본인의 전공과 관련한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좀 뒤졌다 싶은(^^?) 이들간에 말이다.
"우리나라 홈페이지들은 뭔가 번뜩이고 화려하면서 굉장한 것이 많을 것 같지만 파보면 건질것이 없으며, 있을 것 같으면 유료거나 외국것의 번역자료다."
"뭔가 굉장한 것을 많이 한 것마냥 History와 자기자랑은 해 놓았지만 정작 가지고 갈 자료는 없다."
그리고,
"하지만, 외국의 홈페이지는 다르다. 꾸몄다기 보다는 형식만 갖추어 놓은 하나의 대문 페이지에는 필요한 모든 것이 담겨 있거나, 링크 한-두번 클릭으로 홈페이지 제작자의 관심분야와 핵심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다 못해 서울대 보다 낫다는 대학 홈페이지도 내용뿐이지 꾸며진 화면이 없다."
이러한 분위기는 인터넷의 컨텐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닐 듯 싶다.
점점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나는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 전반에 걸쳐 이러한 현상이 짙게 깔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최근의 추적 60분이나 2580같은 프로그램을 보았던 분들은 잘 알겠지만- 정말로 "원천기술" 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지 궁금해진다. 애초에 "원천기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지만- 적어도 다른 나라에 넘어가면 TV에서 말하는 천문학적 수치의 돈을 우리가 손해 볼 만큼 가치 있는 기술이 있는지 말이다.
세계 어느 기업도 만들고 있는 휴대폰의 껍데기와 소프트웨어는 잘 만든다지만, 핵심 칲은 외국 것이다. 그나마 소프트웨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운영체제 S/W도 국내것을 쓰고 있지 않으며, 국내에서 생산된 유명한 운영체제는 없다.(물론, 유명하지 않은 것은 있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이분야 사람들끼리만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것들은 몇 개가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이렇게 이슈화 할 수준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적어도 이렇게 "핵심기술"이라는 것들의 기반위에서 우리나라는 게임을 잘 만들고, 응용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응용 하드웨어"도 잘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여건만 되면 만들 수 있는 것들에 전력을 쏟고,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에게 여건이 주어진다면 적어도 Windows 98 아니 Windows 95 와 같은 운영체제를 언제쯤 만들 수 있을까? 펜티업 칩 같은 것은?
이쁘고 화려하며,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관이 씌워지면 속이 어떻든 멋진 우리 기술이 되는 것인가? 컴퓨터, 노트북, 각종 하드웨어, 온라인 게임, MP3 플레이어, 로봇 청소기등...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이 모든 것들이 외국 기술의 기반위에서 동작하고 있다.
즉, 당장 여건을 만들어 줘도 못 만들 것들은 결국 - 외국에서 사온 것들이다.
나는 IT 업에 종사하는 사람이기에 그외의 분야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평소 하는 것처럼 "그럴 것이다"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글의 제목에서 제시했듯이 구글의 첫 한국 상륙을 쉽지 않게 만든 요인 중 하나는 "실한 것"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은 우리나라의 분위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이슈에 대해 친구가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인터넷 인구는 인터넷을 엔터테인먼트로 생각하는 것 같다. IT 기술에 익숙치 않은 사람일 수록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실한 것" 위주로 구성된 구글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시스템이 한국에서 최초로 바뀌었고, 바뀌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계속해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련글 참조)
*. 저는 구글 직원도 아니며, 구글이 소위 "실한 것만" 생산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구글 맹신자도 아니니 별다른 오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 핵심기술, 응용 기술등에 대한 논쟁도 사양합니다. ㅜㅜ
관련글: http://zine.media.daum.net/mega/economy21/200706/22/economy21/v171810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