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박스 #컴퓨터 #수리 #강준 #thebox (3) 썸네일형 리스트형 EP 03: 잘 나온 거죠 S#1 수리점 — 오후, 늦은 시각한산한 오후. 강준이 부품을 정리하고 있다. 문이 열린다. 김순옥(54)이 들어온다. 노트북을 양손으로 꼭 쥐고 있다. 가방에 넣지 않고, 그냥 안고 왔다. 강준이 고개를 든다. 김순옥저, 사진을 지워버렸는데— 복구가 되나요? 강준언제 지우셨어요? 김순옥한... 열흘쯤 됐어요. 실수로. 강준그 이후로 노트북 많이 쓰셨어요? 순옥이 잠깐 멈춘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면 지난 열흘을 더듬는 것 같다. 김순옥안 썼어요. 지우고 나서 한 번도 안 켰어요. 강준 — 내면파일이 삭제되어도 데이터는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 자리에 '덮어써도 된다'는 표시만 남는다. 그 위에 새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다면, 복구 가능성은 충분하다.열흘 동안 한 번도 안 켰다는 말이 거짓이.. EP 02: 제가 말씀드린 대로 S#1 수리점 — 오전강준이 부품 재고를 정리하고 있다. 문이 열린다. 서도현(34)이 들어선다. 노트북 가방을 크로스로 메고, 데스크탑 본체를 양손으로 안고 있다. 들어오자마자 가게 안을 한 바퀴 훑는다. 값을 매기는 눈이다. 서도현여기 수리 잘 하시는 거 맞죠? 강준 — 내면첫 마디로 사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잘 고쳐주세요"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잘 하시는 거 맞죠?"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전자는 부탁이다.후자는 검증이다. 강준말씀하세요. 서도현부팅이 되다가 중간에 멈춰요. 블루스크린은 아니고, 로딩 화면에서 그냥 멈추는 거예요. 저도 개발자라서 이것저것 다 확인해봤는데— 딱히 원인을 못 찾겠어서요. 강준이 본체를 건네받아 작업대 위에 올린다. 도현이 카운터 너머로 목을 빼며 따라붙는다.. EP 01: 특별히 한 게 없는데요 S#1 컴퓨터 수리점 — 낮작은 수리점. 형광등 불빛 아래 부품들이 쌓여 있다. 카운터 뒤편, 수리기사 이강준(38)이 본체 케이스를 분해하며 모니터 화면을 훑고 있다. 창밖으로 평범한 오후의 골목이 보인다. 강준 (V.O.)사람들은 자기 컴퓨터를 맡기면서 거의 다 거짓말을 한다.거창한 거짓말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체면치레 같은 거짓말."특별히 한 게 없는데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오늘도 어김없이 그 말로 시작됐다. S#2 수리점 카운터 — 전날 오후최민석(45)이 본체를 두 손으로 안고 들어온다. 어깨가 살짝 움츠러 있다. 최민석저, 컴퓨터가 갑자기... 켜지다가 꺼지고 그러다가 이제 아예 안 켜지더라고요. 강준언제부터요? 최민석한... 사흘? 나흘? 됐는데, 특별히 뭘 한 건 없고요. 그냥 쓰다가..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