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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꿍시렁

스타트업: 코끼리들 사이를 걸어가다

몇년전부터 다시 시작된 벤처붐은 2000년대처럼 거품이 금새 빠지거나 식지는 않을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익숙지 않던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익숙해질 정도로 창업 분위기가 거셉니다. 무엇이 그때와 다르기에 이렇게 오래가고 있을까요?



그 이유를 얕은 지식과 경험들을 토대로(IT-그중에 SW분야로 국한하여)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차이

 

 이전

요즘 

진행

'원천기술'이랍시고 기술 혹은, 아이디어를 꼭꼭 숨겨뒀다가 상품출시와 동시에 잘 팔려나가는 대박을 꿈꿨습니다. 그래서, 창업이후 해당 벤처가 세상에 알려지기 까지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프로토타입 수준까지 최대한 일찍 제품을 공개 한 후 피드백이나 로그를 수집하여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선과 보완을 이어 갑니다. 정부나 그 산하기관, 투자회사등이 환경을 제공하는 공개 오디션 형태의 '데모데이'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만천하에 공개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피드백을 받고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합니다. 이에, 사무실을 가지기 전부터 해당 벤처는 이슈가 됩니다.

투자

기술이나 아이디어의 정확한 이해없이 투자가 이루어질때도 있었습니다. 혹은, 기술의 뻥튀기를 통해 투자사로 부터 가당치 않은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실패시에는 '투자'라는 의미가 무색할만큼 창업자의 목을 졸라 원금회수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최대한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창업자와 함께 개선, 보완하거나 더 큰 그림을 공유할 수준에 이르러서 투자가 이루어집니다. 뿐만아니라 투자자는 투자 이후에도 벤처의 부족한 점을 코칭하고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여 최대한 본질적인 문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줍니다.

(물론, Win-win이라는 큰 착각을 잘 유도하는 투자자도 많을겁니다ㅋ)

이로 인해 창업자도, 투자자도 가능한한 똑똑해야 합니다. 창업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투자 조건인지 아닌지를 알아채기도 해야 하지만 유리한 투자 조건도 찾을 줄 알아야 하니까요. 마찬가지로 투자자도 창업자 수준으로 기술을 이해하고 미래의 가치까지 짐작하거나 발굴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목표

"얼마간 개고생 하고 부자가 되어버리자" 였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심지어 지구나 우주정복을 목표로 개고생 합니다. 

마케팅

세상에 없던 기술이니 반드시 사용하거나 구매하라고 하였습니다.

기업, 제품, 서비스의 철학이나 이야기를 최대한 활용하여 사용자의 머리와 말초신경을 넘어 감성까지 박박 긁어 댑니다.

기술

벤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원천기술'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했습니다.

낡은 기술, 고리타분하던 서비스의 불편에서 도출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사용성 차이'일 수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에게 대놓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느낄새도 없이 몰입하게 만드는 '아이디어'입니다.

경쟁

다윗은 골리앗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유사한 기술이 공개되거나 생겨날 조짐이 보이면 포기나 실패로 치부되었습니다.

똑같은 기술이나 서비스라 하더라도 외관, 사용성, 콘텐츠, 심지어 기업의 도덕성, 철학, 이야기에 따라 사용자들이 나뉘어 집니다. 아주 미묘한 '사용성'으로 인해 철옹성 같은 대기업이 무너지고 그자리를 구멍가게가 채울수 있습니다. 그래서, 특정 분야의 터줏대감이었던 대기업도 하루 아침에 나타난 구멍가게와 경쟁을 해야 합니다.

데이터

4지선다 혹은 몇글자만 써도 답칸이 채워져 버리는 주관식 질문이 인쇄된 A4지를 가지고 구걸하러 다녔습니다.

(가끔 사탕이나 아이스크림, 담배를 생색내며 주기도 하였습니다)

서비스의 목표에 도달하기 까지 아무생각없이 '예'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사용자를 최대한 배려하여 만든 화면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죽을힘을 다해야 찾을 수 있는 장소에 '탈퇴'버튼을 숨겨 둡니다. 이후, 사용자는 서비스의 원활한 사용을 위해 신나게 개인정보를 서비스에 가져다 바칩니다. (참고: 화려한 서비스에 홀려 발가 벗겨지다)

기업
수명

회사가 삼성이 될때까지 키우고 짊어지려 했던 것 같습니다.

창업의 목표중 하나가 회사를 잘 팔아버리는 겁니다. 어느정도 키워놓고는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회사에 인수되는 것이죠.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먹었다는 부정적인 표현은 이제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큰 회사는 작은 회사를 자본으로 찍어 누르지 않고 잘 자라기를 기다립니다. 큰 회사는 그들만의 거대한 문화나 프로세스의 틀에 갇혀 '작은 시도'를 위한 움직임에도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까요. 큰 회사는 작은 회사가 그들만의 철학과 이야기로 빠른 기간안에 성숙하기를 기다렸다가 성숙한 기술을 품었을 때나 많은 사용자가 확보되었을 때, 비지니스 모델이 이처럼 검증된 순간에 회사를 인수하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시간'을 버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회사의 존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 같습니다.




2. 현상

헌데, 약간의 특이한(혹은, 아쉽게 보일수도 있는) 점도 보입니다. '스타트업', '시리즈 A, B, C', '엑셀러레이터', 'Co-founder' 등의 세련된(?) 말이 갑자기 난립합니다. 예전에 없던 엘리트 집단만의 용어 같습니다. 저는 이를 '소통'의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1과 0만 알던 공돌이들이 팔자에 없던 사업을 시작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이들이 알아야 할 정보는 엄청납니다. 법률, 회계, 세무, 특허, 투자전략, 사업전략, 법인설립, 직원관리, 고객관리등 말그대로 회사를 설립하고 꾸려가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항목들이 이들에게는 이해가 어려운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3인, 4인 많아야 그 근처 수의 인력들만으로 회사를 이어가야할 형편인데 기존의 기업들처럼 저 모든 항목들을 담당할 인력들을 일일이 채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이 스타트업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새로운 이해선을 만들고 거기에 맞춘 용어로 마케팅을 시도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IT분야에 종사하던 집단도 비IT분야의 이해를 위해 이해선을 만들고 그로 부터 다양한 용어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 스타트업과 구멍가게) 그러다보니 인터넷 서점에서 '스타트업'을 검색하면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만 각종 분야의 주제를 가르키는 제목 앞에 붙여넣기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어쩌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도 일수도 아닐수도 상하수도 입니다;;)



3. 그래도 코끼리들 사이를 걸어가려 합니다

저도 몇 번의 창업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네, 다 실패해 보았습니다. ㅎㅎㅎ) 절대로 쉬운일이 아닌 것을 압니다. 거대한 경쟁업체의 당연한 걸음걸이에도 하루아침에 열정을 잃어 버릴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의 특허싸움 혹은, 중소기업을 상대로한 특허싸움은 무시무시해 보입니다. 투자받은 남의 돈이 초가 바뀔때마다 소진되며 안겨주는 부담감과 책임감은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꿈으로 보답해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창업붐이 가라앉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시겠지만, 소품종-장기간-대량생산의 시대는 지나간지가 오래된 것 같습니다. 즉, 모든 종류의 사람이 공장 혹은, 회사라는 공간에 반드시 모이고 갇혀서 몸을 움직이는 만큼 뭔가를 생산해 내고 그만큼 팔수 있는 시대가 아닌 듯 합니다. 그저 아이디어가 있고 뜻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말그대로- 뜻이 맞는 사람들만 원하는 장소,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뭔가를 뚝-딱 만들어 세상에 내어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와중에 굳이 모일 필요도 없습니다. 음성, 화상통화로 소통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로 정보를 공유하고 모아두면 되니까요. 이로써, 남의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남의 회사에 갇혀있기 보다 자신의 회사를 차리는 방법을 택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는 정부의 입장에서도 좋은 현상일겁니다. 개인이 스스로 회사를 만들고, 최저 임금을 포기하고, 본인과 친구들을 그곳에 취직시켜 버리니까요. 또한, 8시간 이상을 남의 회사에 갇혀서 생산성 없이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창업을 통해 자신의 회사에 스스로 갇혀서 주 100시간이상 최대 효율로 일만 할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게 되니까요. 지금까지 '일'이라는 의미가 부정적으로 느껴져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긴 생을 알차고 보람되게 채우는 방법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되게, 장시간을 버텨야 하는 소모전의 개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취감을 얻고 즐기면서 최대한 큰 부담없이 삶을 살기 위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대한 체력이 될 때, 머리가 잘 돌아갈 때 그런 삶의 터전을 닦아 놓는게 좋겠지요. 그래서 창업은 바로 '자신'을 위한 삶의 플랫폼을 다지기 위해 선택하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 [2015-07-11, 오후 11시 55분, 내용을 추가합니다] 회사에 입사한다고 해서 본인의 생각이나 철학을 포기해야하고 성취감 없이 일을 해야만 하거나 하고 있다는 내용은 절대로 아닙니다. 아잉, 다 아시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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